
가을만 되면 어디서든 "가을 전어"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이 흔한 말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의외로 아는 사람이 적습니다. 전어라는 이름 자체가 두 개의 서로 다른 한자에서 왔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유명한 속담은 사실 기원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어 이름의 유래와 조선시대 문헌 기록, 그리고 속담의 실체를 정리해 봤습니다.
전어(錢魚)와 전어(箭魚), 같은 이름 다른 한자
전어는 한자로 두 가지로 표기됩니다. 어느 쪽이 "원조"인지를 두고도 문헌마다 설명이 갈립니다.
錢魚(돈 전) —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에 나오는 표기입니다.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즉 값이 얼마든 상관없이 사 먹을 만큼 맛있다는 뜻에서 '돈 전' 자를 붙였다는 것입니다. 《임원경제지》에도 "제철 전어 한 마리 값이 비단 한 필과 맞먹어도 사람들이 개의치 않았다"는 취지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箭魚(화살 전) —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1814)의 표기입니다. 이 책은 "큰 것은 한 자(약 30cm) 가량이고 기름이 많고 맛이 좋다"라고 전어의 생김새와 맛을 기록했을 뿐, 왜 '화살 전' 자를 썼는지는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후대에는 전어를 잡아 열 마리씩 가느다란 대나무 꼬챙이에 꿰어 팔던 방식이 화살처럼 보여 이 글자가 붙었다는 설이 따로 전해집니다.
정리하면 "돈 걱정 없이 사 먹는 생선"이라는 뜻의 錢魚, "꼬챙이에 꿴 모습이 화살 같다"는 뜻의 箭魚, 이렇게 유래가 다른 두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조선시대 기록 속 전어 — 세종실록부터 자산어보까지
전어가 문헌에 등장한 건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 《세종실록지리지》: 충청도 지역의 생산물로 전어를 기록
- 《신 증동국여지승람》: 충청도·경상도·전라도·함경도까지 생산 지역이 확대되어 기록
- 영조 시대 읍지들: 황해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에서 전어가 났다고 기록
- 《난호어목지》(서유구): "서남해에서 나며, 상인들이 서울로 가져다 파는데 신분과 재산에 관계없이 모두 좋아한다"라고 서술
이 기록들만 봐도 전어는 조선시대에 이미 전국적으로 잡히고, 신분에 상관없이 인기 있던 생선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 사실은 기원이 불명확하다
전어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이 속담, 정작 정확한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조선시대 문헌 어디에도 이 표현이 직접 등장하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고, 구전으로만 전해져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이 속담이 실제로는 오래된 민간 표현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전어 양식이 활성화되면서 소비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문구로 널리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속담을 검증해 본 결과,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도 별 반응이 없거나 오히려 쥐포 냄새에 더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는 웃지 못할 결과도 있었습니다.
즉 "냄새만으로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건 문헌적 근거가 있는 옛말이라기보다, 가을 전어의 인기를 표현하기 위해 후대에 만들어지고 살이 붙은 표현에 가깝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그런데도 "가을 전어"라는 말이 여전히 통하는 이유
속담의 기원이 불분명하다고 해서 "가을 전어"라는 표현 자체가 근거 없는 건 아닙니다. 전어는 여름 동안 먹이를 먹고 가을로 갈수록 살과 뼈에 기름이 오르는 게 실제 생태적 특성입니다. 자산어보에서도 "기름이 많고 맛이 좋다"라고 기록했을 만큼, 가을철 전어의 맛이 남다르다는 건 문헌과 실제 어획 시기가 모두 뒷받침하는 사실입니다. 속담은 후대에 만들어졌을지 몰라도, 그 속담이 붙을 만큼 가을 전어가 맛있다는 사실 자체는 옛 기록과 지금의 입맛이 똑같이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어는 결국 錢魚와 箭魚 중 어느 게 맞는 표기인가요?
A. 현재는 두 표기가 함께 쓰이며 정답이 정해진 건 아닙니다. 다만 실학자 서유구의 《난호어목지》가 錢魚 표기와 그 유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이름의 유래를 다룰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쪽은 錢魚 설입니다.
Q. "집 나간 며느리" 속담이 최근에 만들어졌다는 게 확실한가요?
A. "최근에 만들어졌다"라고 단정할 만한 직접 문헌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조선시대 기록에서 이 표현이 확인되지 않고, 전어 양식 산업이 커진 2000년대 이후 마케팅 표현으로 자주 인용됐다는 정황이 있어 "기원이 불명확하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설명입니다.
Q. 전어는 언제부터 잡히기 시작했나요?
A. 문헌상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초기 《세종실록지리지》입니다. 다만 이는 "문헌에 남은 첫 기록"일 뿐, 그전부터 한반도 연안에서 잡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어구이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면 [가을 제철 식재료 집밥 레시피 5가지] 글의 전어구이 레시피를 참고하세요. 다음 유래 편에서는 "가을 전어"만큼이나 자주 쓰이는 "복날 삼계탕"의 유래를 다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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